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미쉘 들라크루아 전시회!

반응형

오랜만에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토요일이었다.  새로 태어난 예쁜 손녀, 귀여운 4살 손주, 형제들과 엄마와의 시간들, 미처 살피지 못한 여러 가지 일등... 그야말로 인천공항에 도착한 이후로 바쁜 나날이었다.  먹어보지 못한 한국 음식, 친구들과의 안부전화... 바빠도 즐거운 일상들이었다.  아무리 바빠도 난 한국에서 전시회나 공연하나쯤은 감상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온터라 인터넷을 이리저리 뒤지기 시작했다.  나의 눈을 사로잡은 전시회가 있었다.   프랑스 파리를 그린 '미셀 들라크루아의 90주년 특별전'이었다.  그는 세계 제2차 대전 발발이전의 파리의 모습을 유년 기억을 되살려  2008년부터 2023년까지의 아크릴 페인팅 작업한 작품들을  전시했다.  70년 이상이 지난 그때의 시절을 사진을 보고 그리는 게 아니고 온전히 자기의 추억을 더듬어 그린 그림들이었다.  야후!   2019년에 막내딸과 갔던 아름다운 파리를 다시 보고 싶었다.

 

지하철을 두번타고 10여분 걸어서 도착한 '예술의 전당'은 아직 봄이 오지 않은 우면산 밑자락에 자리 잡고 있다.  기억을 더듬으며 한가람 미술관을 찾아 매표소 앞에 다다르니 이른 시간이라 아직 붐비지 않았다.  입장료가 20,000원이라 한국 물정 모르는 난 좀 과하다 싶었다.  조심스럽게 난 내가 65세가 되었다고  말하며 혹시 할인이 되는지 물었다.  그분은 내가 나이보다 젊 게 보인 다고 말해 나의 하루를 기분 좋게 만들어주었다.   신분증을 보여준 후 안으로 들어갔다. 

 

첫 번째로 다가온  그림의 제목은 '파리를 사랑해'이다.  파란 창틀사이로 멀리 보이는 에펠탑과 산들바람에 살랑이는 망사커튼이 그가 얼마나 과거의 시간을 그리워하는지 짐작케 했다.  불행히도 8개 이상의 전시장에서 오직 4, 5 전시장, '크리스마스'와 '겨울이야기' 밖에 사진촬영이 안돼 그 이외에 많은  아름다운 그림들은 내 마음에만 담아두어야 했다.  하지만 작가는 판화로도 작품을 남겨 그나마 사진 촬영이 허용되어 카메라에 남길 수 있었다.  

 

그의 그림에 늘 등장하는 것이 하나있다.  바로 그가 어릴 적 키우던 강아지 'Queen'이다.  파리에서 태어나 줄곧 파리에 대해 그림을 그린 그의 작품에는 '몽마르트르언덕, 에펠탑 그리고 노트르담 성당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시내를 그린 어느 그림에서든지 연기를 뿜는 굴뚝, 호텔, 그리고 지상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테라스로 나와 늘 바깥을 구경하고 있다.  특히 그의 그림에는 비에 젖어 반짝거리는 도로와 따뜻한 가스등, 마부가 끄는 마차,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는 시민들이 자주 등장한다.  또한 많은 그림들이 저녁이나 밤에 켜진 가스등과 창문사이로 새어 나오는 전구색의 따뜻한 풍경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모든 배경들이 1930년대이니 내가 파리를 갔던 2019년과 많이 다르지만 난 화가의 늘 향수에 젖어 어린 시절인 1930년대를 그리는 것이 이해가 간다.  우리는 귀소본능이라고까지 표현하기는 그렇지만 늘 어릴 때의 추억과 경험을 일생간직하며 살아간다.  그것이 우리를 때로는 일으켜 세우기도 하고 좌절시키기도 한다.  나는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준 그의 부모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미셀 들라쿠루아는 여기서 평생 삶의 가치와 힘을 얻은 것 같다.  

 

사진촬영이 허용되었던 '겨울이야기 ' 섹션에서는  마치동화속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아기자기한 풍경들이 관객들을 그의 즐거운 추억으로 빠져들게 한다.  어린 시절 독일 점령기를 살았던 화가는 그중에도 소박하고 사랑이 넘치는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회상한다.  그의 대부분의 겨울 그림은 눈이 오는 풍경이다.  지금은 눈이 자주 오지 않지만 그때는 눈이 자주 왔다고 그는 회상한다.    그의 어린 시절 추억은 90이 넘은 그에게 늘 잠재의식처럼 남아있었던 것이고 이것이 그가 살아온 힘이었을지도 모른다.

 

'메리크리스마스' 섹션에서의 그림도  늘 눈이 오고 아름다운 트리가 광장이나 거리 한복판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다.  멀리보이는 에펠탑에서는 두 줄기의 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는 말하기를 어려운 시절도 있었고 힘든 경험도 많았지만 늘 그림은 그의 곁에 있었다고 말한다.   또한 그림의 제목은 그가 얼마나 파리를 사랑하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장밋빛 하늘 아래 파리의 심장', '파리, 나의 위대한 도시', '장밋빛 인생', '아! 아름다운 날들', '파리를 사랑해'.....

 

난 마지막 섹션까지 다보고도 다시 거꾸로 첫 번째 섹션까지 가기를 반복했다. 이렇게 아름다운 동화 속을 나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내가 갔던 파리와는 다르지만 그가 그리워하는 1930년대를 나도 그리워하는 것 같다.

 

전시장을 나오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입장하기 위해 길게 줄을 서있었다.  너무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인원수를 제한하고 있었다.  나는 나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무엇이 이 세상사람들을 이토록 파리에 열광하게 하는 것일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