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 우여곡절끝에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여곡절이라 표현한 이유는 출발며칠전까지 나는 어디서 출발할 지 몰라 애를 태우다가 할수 없이 플로리다에서 출발하기로 한 비행기 티켓을 급히 바꿔 디트로이트에서 출발해야 되는 처지가 되었다. 이미 디트로이트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좌석은 이미 매진 되어 난 할수없이 일정을 모두 바꿔 디트로이트에서 플로리다, 플로리다에서 아틀란타, 그리고 아틀란타에서 한국으로 세번의 비행기를 갈아타야 했다. 비행기 갈아타는 것도 번거로운 일이지만 각각의 비행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 속상했다. 떠나기 직전까지 나의 발목을 잡은 플로리다 콘도 거주허가는 끝내 나오지 않고 난 남편을 미시간 추운 날씨에 버려두고 오는 기분이었다.
아무리 세번을 갈아타고 30시간을 걸려 날아가도 내가족을 보러오는 한국행은 즐겁다. 이번은 특히 새로 탄생하는 손녀딸을 보기 위해 방문하는 것이라 더욱 감회가 깊다. 첫손주를 보러 한국에 올 때도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아기를 보러 갔었다. 손주들과의 첫만남의 기억은 정말로 새생명이 너무나 작고 연약하다는 것이다. 옛말에 신생아를 '핏덩이'라 표현하는 게 이해가 될 정도다. 그야말로 하나님이 주시는 보물이라는 생각에 신비함과 경건함이 절로 느껴지는 순간이다. 어느세계에서 온 별같은 존재! 모든 인간은 이렇게 신비롭게 태어난다는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함부로 대할 수도, 상처를 입힐 수도, 심지어는 죽일 수는 더욱 없는 것이다.
이제는 풍습도 달라져 병원에서 곧바로 산후조리원이라는 곳으로 가 적지 않은 비용을 지불하고 보통 2주를 보내며 전문 돌봄을 받은 후에 집으로 오면 다시 2주동안 전문관리사가 집으로 와 산모와 아기를 돌봐준다. 이렇게 많은 혜택을 받음에도 한국의 출산률은 세계 최하위 로 가임여성 한명당 0.70명의 아기를 갖는 다는 말이다. 즉 한명도 낳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어떻게 이런 현상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더욱 나빠지는 것일까? 심지어는 출산이 애국이라는 신종어도 생겨날 지경이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우리아이들은 개인적으로 지어져야 할 책무와 부담이 더욱 커지고 급기야는 나라의 존재자체도 위협을 받을 처지에 놓일 지도 모른다.
베이비붐시대에 태어난 나는 소위 콩나물교실이라고 표현하는 교실에서 '하나만 낳아 잘키우자',라는 슬로건을 보고자랐다. 나의 부모님은 3형제를 키우셨지만 나의 학급 반 친구들은 보통 넷이나 다섯명의 형제들을 갖고 있었다. 많은 형제들 틈바구니에서 협동하고 부대끼며 살아온 사람들은 생존 능력도 강하고 처세술도 능해 어떤 환경에 놓여도 지금의 세대들보다 훨씬 능동적으로 잘 견뎌온 것같다. 지금은 많은 세대가 하나정도의 자녀를 가지니 경쟁할 필요성도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힘도 별로 필요치 않다. 나 나름대로 이상황을 분석하자면
1.교육비용의 부담
2. 경제적 압박
2. 여성들의 취업
3. 경쟁사회
3. 바뀐 가치관등을 꼽을 수 있겠다.
해결책으로는
1. 교육환경
2. 좋은 탁아시설의 확대
3. 부모의 육아 휴직 연장
4. 가치관의 변화등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더 나은 방향으로의 해결책을 고심해보아야 할 것같다.
일요일에 동생들 식구들과 엄마, 큰딸네와 점심을 먹었다. 깔끔한 부페형식의 식사로 가지수가 많지는 않지만 정말로 정성스럽고 담백하며 고급지다. 이제 난 나이가 들어가며 어머니를 비롯해 동생들과 내가 이렇게 아프지않고 만날 수있는 날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본다. 이제 산날보다 살날이 훨씬 짧아지는 이 나이에 소중한 만남 자체가 정말로 값진 순간이 아닐 수없다. 우리는 과거의 일화를 얘기하며 오랫만에 크게 웃기도 했다. 과거의 우리들은 넉넉지 않은 환경에서도, 현재와 비교할 수없는 소박한 밥상에서도 숟가락 부딪치며 따뜻한 정을 많은 식구들과 나누었다. 인공지능 로봇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하고 화성으로 탐사선을 쏘는 공상 영화같은 시대에 살면서도 우리의 밥상머리 정만큼은 간직하며 살아가기를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