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아이오아주에서 공화당 전당대회가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열린다. 많은 미국민 관심사가 거기로 쏠려있다. 우연히 나와 남편은 백악관에 대한 내용을 다룬 영상을 도서관에서 빌렸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지휘력을 가진 미국의 대통령의 거처는 어떨까? 2010년대 초반에 나와 남편은 보스턴에서 뉴욕을 거쳐 워싱턴까지 여행을 했었다. 그때 백악관에 들어가 보려 했으나 단체 관람시간을 놓쳐 그만 먼발치에서만 백악관을 보았다.
백악관은 그야말로 하얀 집이다. 1792년 초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워싱턴이 건물을 디자인하고 짓기 시작해 17년이 지난 후 완공했단다. 불행히도 조지워싱턴은 백악관이 완성되는 것을 보지 못하고 타계했단다. 그때는 노예제도가 존재했기 때문에 흑인 노예들이 무임금으로 이 건물을 지었다고 한다. 1863년 1월 링컨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할 때까지 대통령들은 자신들의 노예를 백안관으로 데려왔고 그런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백악관에서 일하는 많은 스태프들이 흑인이다.
1814년 영국과의 전쟁에서 영국은 백악관에 방화를 해 건물전체가 폭삭 주저앉았다. 그당시 first lady였던 Dolly Madison이 불을 피해 탈출하며 조지워싱턴의 초상화를 들고 가서 지금까지도 그의 초상화를 백악관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조지 부시가 퇴임하며 오바마의 부인 미셀에게 농담 삼아 "무슨 일이 생기면 저 초상화를 책임져야 한다"고 농담하는 것을 들었다. 백악관은 1817년 11월에 다시 완공되었다.
1900년 맥킨니대통령 때부터 서쪽 건물에 있는 oval office가 대통령의 집무실로 쓰였다. 1902년 테디 루스벨트가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6명의 아이들을 포함한 가족에게 침실이 부족해 대통령 가족이 머무는 건물을 동쪽에 지었다고 한다.
지미카터는 백악관시절을 회상하며 '백악관에는 어떤 기운이 감돌고 가끔 두려움의 대상'이라고도 표현한다.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생각해 보자! 1대 대통령부터 지금까지 전 세계에 큰 영향을 끼친 대통령들이 거쳐간 장소가 영혼이 없을 리없고 두려움이 없을 리 없다.
우리가 사진에서 접하는 미대통령의 책상은 영국의 여왕 빅토리아가 1888년에 그 당시 미대통령 Rutherford B. Hayes에게 선물한 책상으로 케네디 대통령부인 재키 케네디가 창고에서 찾아내 그때부터 대통령 책상으로 씌었단다.
대통령은 하루에 날아오는 어린이를 포함한 다양한 미국민들이 보내는 수천통의 편지와 이메일을 접수하고 저녁에 참모들과 브리핑시간에 논의한다 한다. 그 많은 것을 다 읽을 수 없겠지만 참모들이 추려서 중요한 내용을 보고 하는 것 같다.
Official Residence라고 불리는 대통령 사저에는 약 100여 명의 직원들이 Chief Usher 지휘아래 움직인다 한다. 직원을 채용할 때 첫 번째 질문은 '대통령부부의 사생활을 보호할 수 있는가'이라고 한다. 그만큼 철저하게 대통령의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것이다. 미셀오바마는 직원들이 너무 편안하고 친숙해 아침에 부스스한 채로 사저를 신경 쓰지 않고 다닐 수 있다 한다. 보통 흑인 직원들은 대를 이어서 백악관에서 일하며 그것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지닌다 한다. 왜 그렇지 않겠는가? 그들은 농담 삼아 자기들은 계속 백악관에 남아 있는 데 대통령은 4년 혹은 8년 주기로 세를 산다고 말한단다.
21년 동안 백악관에서 집사로 일했던 Alonzo는 1941년 12월 7일 하와이 진주만이 일본한테서 공격을 받았을 때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머리를 감싸 쥐고 "오 맙소사,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가" 라며 괴로워했다고 회고한다. 또한 1963년 케네디가 텍사스에서 암살당했을 당시 그의 부인 재클린이 피 묻은 옷을 입은 채로 들어오며 링컨의 장례식처럼 케네디의 장례를 치르기를 원했다 한다. 극과 극은 통한다. 전 세계 최고의 통치권을 쥔 자의 영광과 권력은 한순간 이렇게 무너질 수도 있고 엄청난 스트레스와 책임을 혼자 떠안을 수밖에 없는 이 자리는 철저하게 외로운 자리이기도 하다. 한 백악관 직원은 말한다. "백악관에 입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한 후 막상 백악관에 들어온 후로는 엄청난 스트레스 때문에 떠나고 싶어 몸부림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백악관에서 주로 음악을 담당하는 밴드는 해병대 군악대(Marine Band)란다. John and Abigail Adams 대통령부부가 백악관에 거주할 때부터 이 관행은 시작되었단다. 대통령마다 음악의 취향도 달라
링컨대통령은 애국심을 일으키는 음악을 선호했고,
해이즈대통령은 오페라 음악을 즐겼으며
케네디대통령은 오페라, 발레, 섹스피어극을,
클린턴은 재즈페스티벌을 백악관에서 열며 색소폰 솜씨를 뽐냈단다.
기자들과 잘 지낸 대통령은 케네디 대통령과 존슨 대통령이고 닉슨은 기자들의 방을 집무실이 있는 West wing에서 내쫓아 다른 곳에 두었다고 한다. 그래서 워터게이트가 터진 걸까? 또한 대부분의 대통령 가족들은 백악관에서의 생활을 '어항'속의 물고기처럼 갇혀있는 것 같았지만 훌륭했다고 회고한다.
대통령의 부인중에서 지미카터의 부인 로잘린 카터가 처음으로 First lady 사무실을 만들었고 1930년대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부인인 일리노어 루스벨트는 여성의 권리와 시민의 권리에 앞장섰다고 한다.
건물의 안전을 위해 1949년에 보수공사를 시작해 1952년에 공사를 끝내고 한국전쟁당시의 대통령이었던 트루만이 집무를 새 건물에서 시작했단다.
백악관 역사 중 가장 위기의 순간 중 하나가 9.11 테러였다고 한다. 그날 2000명 정도의 바비큐파티를 오후에 하기로 되어 있었는 데 대통령을 비롯해 모두 대피하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가든에 펼친 180 개 정도의 테이블을 치우고 대통령 경호 헬리콥터가 착륙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백악관을 일컫는 별명도 많다. 'fish bowl(어항), white prison(하얀 감옥), bobble(공기방울).... 그러나 백악관을 가장 대표할 수 있는 별명은 'democratic palace( 민주주의 궁전)이 제일 어울릴 것 같다.
이제 2024년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논쟁이 한창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의 총사령관의 사무실이자 거처인 백악관 앞에서는 늘 시위가 일어나고 국민들은 백악관을 방문하기 위해 줄을 선다. 미대통령들은 늘 국민과 소통하고 그들 에게 막강한 힘을 실어준 국민들을 늘 잊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세계의 혼란을 마술사처럼 평정할 수 있는 대통령을 2024년에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