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크리스마스 캐럴노래의 한 가사가 있다. This is the most wonderful time of the year! 한 해가 저무는 12월은 가장 멋있는 달이라는 뜻이다. 한해를 열심히 살아온 우리들이 스스로에게 잘 해냈다고 위로하고 내년을 위해 다시 힘을 의기투합하는 한 달이 될 수도 있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게 행복하고 만족하는 사람은 없다. 각자 주어진 환경에서 자신에게 가장 알맞은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노력한다. 남편과 나는 아직 플로리다에 거주허가가 안 떨어져 미시간에 있는 동안 최대한 행복한 방법을 찾자고 다짐하고 각종 이벤트 행사에 다양하게 참여하고 또한 파티행사에도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그중 하나가 Macomb Center for the Performing Arts에서 두 개의 이벤트를 찾아 즐겼다. 작년에는 핼러윈 오케스트라 공연이 있어 관람했는 데 무척 인상적이었던 기역이 있다. 그때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핼러윈 특유의 복장을 하고 지휘자 또한 늑대인간의 탈을 쓰고 지휘해 관객들을 즐겁게 했었다.
첫 번째 이벤트로 12월 2일 우리는 Macomb Ballet Company가 주최하는 '호두까기 인형' 발레공연을 관람했다.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하고 공연시간 7시 10분 전까지 행사장에 도착했다. 많은 사람들이 로비에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옆쪽에 있는 멋있는 호두까기 인형들과 발레슈즈등을 파는 판매대 앞에서 기웃거리고 있었다.
나는 "호두까기 인형으로 어떻게 호두를 까지?" 하는 호기심이 들었다. 동영상을 보니 앞쪽 입에 호두를 넣고 뒤에 있는 손잡이를 누르니 딱딱한 호두가 산산조각이 난다. Wow! 장식도 되고 호두도 까고...다음에는 나도 호두까기 병정을 하나 사보아야겠다.
자리를 찾아 앉으니 좌석이 약간 뒤쪽이었다. 이미 자리가 꽉차 우리는 할 수없이 뒤줄 옆쪽의 좌석을 예약해야 했다. 난 미리 준비한 시어머니 opera glasses를 가지고 갔다. 정말 자세히 볼 수있었다. 영화에서 보면 귀족부인들이 윗층 로얄석에서 opera glasses로 잘생긴 오페라가수를 훔쳐보던 장면이 생각나 혼자 웃었다. 지금은 잘생긴 오페라 가수대신 아름다운 발레리나들의 복장을 자세히 볼 수있어서 재밌었다.
또한 특이한 점은 많은 여자꼬마 관객이 많다는 것이다. 발레리나는 모든 모든 여성들의 어릴 적 한번쯤 되어보고 싶은 꿈의 직업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나도 한 때 어여쁜 발레복과 슈즈 그리고 아름다운 make up을 보며 환상에 젖었던 적이 있었다. 날씬하고 우아한 춤동작은 한 마리 가냘픈 새같이 너울너울 무대를 장식하는 것을 보며 감탄했던 적도 있었다. 나의 엄마는 나와 여동생을 어렸을 때 발레 학원보다는 고전무용 교습소에 데려가신 적이 있다. 나의 뻣뻣한 몸동작이 하늘하늘한 고전무용에 맞을 리 없다. 차라리 발레에 데려가 주시지....참으로 부모에게 바라는 것도 많다.
이윽고 무대가 열리고 차이코프스키의 선율이 흐르는 가운데 호두까기 인형의 줄거리에 맞게 약 70여명의 발레리나들이 거실에 모두 모여 크리스마스선물을 기다리며 갖가지 화려한 색상의 무대의상과 더불어 고난도가 아닌 경쾌한 몸동작과 익살스러운 제스처로 관객들을 즐겁게 해 주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사진촬영이 허용이 안되었다. 보통 박물관에서도 사진촬영에 너그러운 데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다.
줄거리가 무르익으며 고난도의 기술과 경험이 필요한 발레의 묘미를 보여주기 시작한다. 공연도중 한 가지 특이했던 점은 발레리나들이 2부에서 각국 나라(중국, 아랍, 멕시코)등의 의상을 입고 드레곤등 각국의 소품을 가지고 나와 공연을 했다. 전통발레라기보다는 Holiday season에 맞게 각색한 정말 재밌는 공연을 펼치고자 한 것 같다. 또한 발레리나 연습생들인 듯한 많은 꼬마들과 주니어들의 풋풋한 공연도 볼 수 있었다. 관람석에는 그들의 친구 들인듯한 꼬마들이 친구들에게 줄 꽃다발을 손에 들고 관람했다.
이 세상의 아름다운 옷감을 다 모아놓은 듯한 그들의 의상은 보는 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 주었다. 현실은 그것과 거리가 멀망정 한번쯤 팍팍한 현실에서 빠져나와 아름다운 음악과 아름다운 율동에 빠져든다고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즈음 누가 우리를 탓하랴.
중간중간에 선보이는 노련한 한 발레리나가 있었다. 유난히 가는 몸매와 큰키 그리고 완벽한 스핀닝과 우아한 몸놀림은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아마도 수석 무용수인 듯싶다. 이제 나는 어릴 적 환상이 아닌 그들의 피나는 노력과 연습이 이러한 완벽에 가까운 무대를 만든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는 나이다. 보통의 예술은 천부적 재능이 뒷받침되어야 하지만 발레는 거의 90프로가 노력과 훈련의 결과가 아닐까? 물론 몸매는 타고나야 하지만...
15분 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해서 공연은 9시에 끝났다. 밖으로 나오니 밤공기가 무척 차가웠다. 하지만 난 아직도 차이코프스키의 선율을 흥얼거리며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다음엔 안 가겠단다. 별로 발레에 흥미가 없다며...
그래도 나를 위해 공연을 찾아주고 같이 따라와준 남편이 고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