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가 새벽 4시 40분에 Wroclaw에 도착했다. 역시나 한 칸에 6명이 앉아서 6시간 정도 기차에서 밤을 지냈다. 거의 잠을 못 잤다고 봐야겠다. 기차의 1등석과 2등석의 차이가 뭐였을까? 기차에는 wifi가 안 됐다. 이 나이에 앉아서 밤을 거의 새우다시피 하고 왔으니 내가 생각해도 남편과 나는 아직은 여행해도 되나 보다.
우리가 숙소나 호텔을 정할때 하나의 규칙이 있었다. 역가까이에 숙소를 얻는 것이다. 역을 빠져나와보니 아직도 어두운데 제법 사람들이 길을 오가고 있었다. 폴란드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니 기차도 예외는 아닐 터였다. 우선 호텔을 찾아 반나절을 돈을 더 내더라도 방을 구할 생각이었다. 호텔에서 미리 준 약도를 보고 두리번거리다가 바로 역 맞은편에 고풍스러운 건물을 발견했다. "아이고,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호텔문을 밀고 들어섰다. 한눈에도 그리 좋은 호텔은 아니었다. 아니, 지난번 호텔이 너무 좋아 그만 우리 눈이 높아진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프런트데스크 직원에게 사정을 말하고 방을 청했다. 그러나 직원왈 방이 다 차고 오전 8시 이후에 나가는 손님이 있으면 청소를 한 다음 사용이 가능하단다. 그때쯤이 새벽 5시 정도였다. 바깥은 아직도 어두웠다. 우리는 잠시 로비 소파에 앉아 눈을 붙였다. 아니 그냥 눈을 감고 있다고 해야 하겠다. 피로한 건지 아닌지 약간 멍한 상태였다. 한 시간 정도 앉아 있다가 6시쯤 먼동이 틀 때쯤 짐을 호텔에 맡기고 나왔다. 우선 난 커피를 마셔야 정신이 날 것 같아 커피숖에서 커피를 시켰다. 남편은 평생커피를 마시지 않은 사람이라 주변을 둘러보았다. 우리는 milk bar에서 아침을 먹고 old town을 지도를 보며 찾아가기 시작했다. 한 20분쯤 걸으니 넓은 광장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애그머니나, 여기는 광장이 먼저도시인 Gdansk보다 훨씬 넓고 섬이 여러 개의 다리로 연결되어 있었다. 여러 가지 종류의 유람선 매표소가 있고 다리 위를 tram이 달리고 있었다. 오후가 되니 마침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강가에 앉아 지나는 유람선을 보거나 아름다운 건물들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정말 특이한 점이 있었다. 바로 gnome이라 불리는 작은 요정들이 여기저기 구석에 숨어 있었다. 다양한 포즈와 표정이 너무 귀엽고 앙증맞았다. 마치 보물 찾기를 하듯이 나는 요정을 볼 때마다 카메라를 들이댔다. 이 요정 들은 1980년대 소비에트 유니온에 평화적인 항쟁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공산당의 검열과 인간권리의 위반에 투쟁하기 위해 만들어졌단다. 현재 Wroclaw요정의 숫자는 약 350개 정도에 이른다고 하며 점점 늘어나는 추세란다. 단순한 요정들이 아니라 이들은 폴란드 역사의 아픔을 보여주는 것이다. 탁 트인 전경과 아름다운 건물들 그리고 교회들이 잠을 설친 우리를 피곤한 줄 모르게 해 주었다. 하지만 그때의 사진을 보면 우리는 확실히 피곤한 내색이 얼굴에 나타남을 알 수 있다. 우리는 한참을 돌아다니다가 점심 후 호텔에 체크인하기 위해 돌아왔다. 방에 들어서는 순간 방이 너무 작아 좀 놀랬지만 하룻밤만 묵을 거라 별로 불편하지 않았다. 제일 하고 싶은 샤워를 하고 우리는 다시 광장으로 향했다.
우리는 섬 외곽에 있는 St.Elizabeth's of Hungary Roman Catholic 성당에 가기로 했다. 이번에는 우리는 tram을 이용해 가보기로 했으나 엉뚱한 곳으로 가서 우리는 내려서 다시타야 했다. 이쯤이야 이제는 별로 당황 안 한다. 교회건물옆의 90미터 높이의 타워에는 좁고 나선형의 300개 계단이 있어 전망대로 이어진다. 우리는 체력을 실험해 볼 차례가 되었다고 말하며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에 너무 힘들면 쉬기도 하면서 올라가니 조그만 문을 통과해 360도 방향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달했다. 아쉽게도 철막대가 일정간격으로 쳐져있어 우리는 그사이로 시내를 볼 수 있었다. 빨간 지붕과 붉은 벽돌, 섬을 둘러싼 강들과 교회의 뾰족한 탑들이 아름다운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아마도 전쟁 시, 교회탄압 시 신자들과 성직자들은 이 고불고불한 계단을 통해 숨을 수 있지 않았을 까?
계단을 내려와 우리는 다시 광장으로 향하여 걸으며 강가에 자리잡은 웅장한 Wroclaw대학의 내부를 못 본 것이 유감이었다. 어쩐 일인지 투어가 허용이 안되었다. 비록 아름다운 내부는 못 보았지만 그냥 섬을 둘러싼 아름다운 거리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즐거웠다.
우리는 지난밤에 잠도 못자고 또 다음날 다른 도시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호텔에 일찍 들어가 쉬기로 했다. Wroclaw는 Gdansk보다 크고 바르샤바처럼 대중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었다. Gdansk보다 관광객이 적어 덜 복잡하고 과거의 건물을 그대로 유지하며 현대도시의 특징도 잘 살린 아름다운 도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