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미시간도 습해 자주비가 온다. 지난주 금요일에 공원에서 있었던 무료 콘서트에서도 관람도중 갑자기 쏟아지는 소낙비에 도망치듯 일어서야 했다. 어제 6월 30일 금요일도 예외는 아니었다. 몇 년 전 남편과 나는 미국독립일 기념 불꽃놀이를 Stony Creek Park로 보러 갔다가 너무 사람과 차가 많아 빠져나오지 못해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온 경험이 있어 나는 남편에게 자전거로 가자고 제안했다. 이번에는 불꽃놀이대신 Macomb Symphony Orchestra의 연주를 보려고 갔다. 7시가 넘어서 도착했는 데 이미 사람들과 차들로 붐볐다. 가끔 성조기 모양의 우산 모자등을 파는 행상인 스낵, 아이스크림도 등장했다. 한마디로 축제 분위기다. 우리는 자전거를 잠그고 잔디뒤쪽에 자리를 잡았다. 통로 양쪽에 성조기가 나열되어 있고 무대에는 Macomb Symphony Orchestra가 아닌 군악대가 애국가를 고취시키는 음악(Patriotic music)을 연주하고 있었다. 관중들은 성조기모양의 색깔과 무늬의 모자를 쓰고 어느 작은 소녀는 성조기 모양의 드레스를 입었다. 통로 한가운데 어린 cadet(사관후보생)들이 두 줄로 서서 무대로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날씨가 캐나다 산불로 인해 흐렸고 공기가 탁하고 매우 습기 찼다. 나는 마스크를 꺼내들었다. 미국에서 공기가 나빠 마스크를 써야 하다니... 도대체 캐나다 산불은 언제 진화가 될런지... 마치 한국이 중국의 모래땜에 고생하는 것과 다름없다. 사회자가 차례로 육군, 해군, 해병대, 공군 마지막으로 space force를 소개해하며 그들 각각의 행진음악을 연주했다. 군악대가 연주하는 모습은 더욱 관중들의 애국심을 한껏 고취시켰다. 특히 어느 병사가 부른 'God Bless the USA' 노래에 남편은 일어서서 가슴에 손을 얹고 따라 부르기도 했다. 나는 아직 미국시민이 아니지만 그들의 감정에 한껏 취해있었다. 아니 행진음악과 병사가 부른 노래에 취해 있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초등학교때나 중학교 때 우리는 매주 월요일 아침 운동장에 줄을 서서 교장선생님이나 교감선생님의 연설을 들어야 했다. '열중쉬어' 자세로.... 더울 때나 추울 때는 어린 나이에 힘들고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마침내 연설이 끝나고 교실로 들어갈 때 나는 'Stars and Stripes forever'를 들으며 우리 반 차례가 되어 들어갈떄가지 제자리에서 제자리걸음을 했었다. 또한 'National Emblem'이나 'The Thunderer March' 등도 귀에 익숙하게 들었다. 나는 그때 이런 음악들이 미국 군대용 행진 음악이라는 것을 모르고 교실로 들어가는 것이 좋아 신나 했었다. 지금은 아침조례도 교실에서 방송으로 듣지만 그때는 그런 시설이 없었는지 비 올 때나 눈 올 때를 제외하면 운동장에서 들었다. "아! 그리운 옛날이여" 왜 학교는 미국 군대행진음악을 틀었을 까? 아마도 그냥 행진용으로 썼을 것이다. 어떤 미국에의 영향도 종속도 아니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보는 병사들을 보며 아버지 생각도 많이 했다. 옛날 아버지가 군대에서 통역 장교로 재직 시 부대에서 가끔 마주치던 모습들이다.
모든 미국의 시민들은 이민자들의 후손이다. 인디언을 제외하고... 그러나 진심으로 그들은 미국을 사랑하는 애국심이 충만하다. 무엇이 이들을 이렇게 단결시키는 걸까? 미국 애국가인 'The Star Spangled Banner'가사를 보면 치열한 전투에서 아직도 휘날리고 있는 성조기를 보며 감탄하는 가사가 있다. 이것은 미국의 투쟁의 역사를 보여준다. 인디언과의 전투, 식민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치른 전투....이것은 총의 문화와도 연관이 있는 것 같다. 이들에게서 총은 무기가 아닌 생존의 도구였던 것이다.
우리는 Macomb Symphony Orchestra의 연주가 시작될 저녁 9시쯤 떠나야했다. 비가 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우리를 제외한 사람들은 비가 와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지켰다. 서둘러 자전거를 타고 오는 길에 끝없이 늘어서있는 차들과 사람들은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유모차를 밀며 공원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남편과 나는 4년 전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서 2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했던 때를 떠올리며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매년 우리는 뒷마당 작은 호수에서 이웃들이 쏘는 크고 작은 불꽃놀이를 거실에 앉아서 즐긴다. 올해도 그런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