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시간에 도착한 지 어느새 한 달이 되었다. 마치 새집으로 이사 온 것처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남편은 채소와 꽃심기를 좋아해 nursery garden을 여러 번 다녀와야 했다. 5월 초순까지는 날씨가 쌀쌀해 식물을 심지 못하고 기다렸다가 땅의 온도가 화씨 50도 이상되면 모종을 심는다. 올해에 처음으로 꽃모종을 내가 다 심었다. 그리고 마치 내 소유물인양 열심히 들여다보고 물 주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도시에서만 살아 친구들이 꽃이야기나 gardening이야기를 하면 왜 저렇게 관심이 많을까 의아했었다. 하긴 전원생활 거의 6년째니 관심도 가질 때가 되었는 지도 모른다.
5월 27일 Memorial Day 연휴 첫날 Museum couple인 우리는 DIA(Detroit Institute of Arts)를 다녀왔다. 팬데믹 기간 동안 한 번도 가지 못했었는 데 남편이 한국 보자기 전시회가 있다 해서 가보기로 했다. 지금의 디트로이트는 많이 훼손되었지만 자동차 산업이 한참 발달하고 있었을 때 지은 건물들과 박물관은 아직 그대로 유지가 되고 있다. 우리 집에서 차로 약 50분 달리면 디트로이트 다운타운에 DIA가 위치해 있다. 우리는 납세자라서 세금납부 영수증만 있으면 입장료가 면제다. 디트로이트시내가 밤에는 위험할 지도 모르지만 낮에는 아름다운 과거의 저택들이 주변에 있고 멋진 거대한 하얀 석조건물의 박물관이 분수대 앞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조각( Horace Rackham 이 기증함)과 함께 사람들을 맞아주고 있었다. 또한 나는 이번에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조각이 전 세계에 25개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그 이유는 로댕이 활약하던 시기엔 고대와 달리 기술이 발전해서 석고로 틀을 만들어서 그 우리 애 청동을 부어서 다작품이 가능했다 한다. '단테'의 '신곡에서 영향을 받아서 만들었단다. 아무튼 한동안 이곳이 얼마나 아름답고 많은 전시품을 갖고 있었는지 잊고 있었다. 고층빌딩들이 Detroit river주변에 들어서 있어 따사로운 햇볕이 유리에 반사되어 아름다웠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1층에 아름다운 르네상스시대를 본뜬 아름다운 천장이 벽과 바닥의 대리석과 어울려 멋진 자태를 드러내고 양쪽으로 중세시대의 기사들이 입던 갑옷들이 멋지게 장식되어 있다. 바로 연결된 강당에는 유리천정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아래 과거 이도시가 자동차산업의 주도 시를 말해주듯이 자동차 공장, 에디슨의 실험실등 매우 역동적인 벽화가 인간의 태초를 말해주는 듯한 그림과 함께 매우 인상적이다. 이 이강당에서는 자주 콘서트가 열리곤 해 코비드 시절 전에 자주 갔었다.
참고고 이미술관은 Paul Philippe Cret에 의해 디자인되었고 1927년에 문을 열었으며 1966년과 1971년에 증축하고 65,000점 이상의 미술품을 소유하고 있어서 미국 가장 큰 여섯 개의 미술관중하나란다.
우리는 보자기 전시회를 찾기위해 직원에게 물으니 어느 조그만 classroom을 가리킨다. 가보니 몇몇 아이들이 창의적으로 큰 천에 모자이크처럼 천조각을 붙이고 있었다. 앞에는 강사와 한국의 천을 잇대 만든 보자기 한 점의 사진이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그 천이 한국 것인지 모르는 것 같았다. 남편과 나는 좀 실망했지만 건물 안에 많은 값진 전시품이 있다는 것으로 위안 삼았다.
1층에는 아시안 나라들의 자그마한 상설전시장이 있어 우리는 그리고 갔다. Islamic, Indian and Southeast Asian, 한국, 일본 그리고 중국이 크지 않은 전시장을 나눠 쓰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보자기와 백자 그리고 '꽃과 새의 문자도'라는 작가미상의 여덟 폭 병풍이 놓여있었다. . 병풍이 그리 한국적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커다란 한자와 매우 화려한 화풍이 좀 다른 병풍과 달라 보였다. 설명에는 유교로부터 온 8가지 덕, 어른과 선조 공경, 존경, 충성, 믿음, 올바른 태도, 정의, 성실, 세심함 을 나타내는 한자이며 각각 한쌍의 동물을 통해 조화와 행운을 보여준다고 한다. 저 한자가 한글이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과거에는 우리나라 백자가 아름다운 줄 몰랐는 데 전시된 작품을 보니 과하지도 않고 너무나 부드러운 선이 아랍이나 유럽의 화려한 도자기와는 너무 대조 적으로 고왔다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인도의 작품들은 유럽이나 아랍의 예술품과 비슷한 면을 보여주고 있어 중동과 유럽에 가까운 특징을 갖고 있다. 한국, 중국, 일본은 예술, 문화, 관습면에서 많은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 느낌이다.
1층 다른 전시실에는 이집트의 미이라들이 선보이고 있고 그중 나의 눈을 끄는 미라는 임산부 같은 모습으로 매우 작은 여인의 미라가 전시되어 있었다. 아마도 출산 중 목숨을 잃은 여인의 미라일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우리가 선조들보다 훨씬 발전된 신세대에서 산다고 자부하고 있었는 데 그 오래된 고대의 문명도 매우 진취적이고 발전된 면을 볼 때마다 인류는 내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발전된 문명을 누리고 살았다는 느낌이다.
내 눈길을 끈 그림 중 Pieter Briegel의 1566년에 그려진 'The Wedding Dance'이다. 16세기에 네덜란드 농부시골마을에 초대된 사람들의 동작과 옷차림이 매우 역동적이게 표현되어 있고 가운데신부는 빨간 머리를 가진 검은 드레스를 입었다는 게 인상적이다. 또한 DIA 보존팀들이 희미해진 색깔의 보정을 했으며 남자들의 바지의 잘못오해하기 쉬운 특징은 그 시대의 네덜란드풍의 패션을 보여준단다.
Charles Blauvelt의 'Burnt Out' (1849) 작품에서 한여인이 화재로 집이 타는 것을 보면서 두아이들을 꼭 잡고 몇 가지 허름한 물건만 건진 채 엄마로서 참담한 심정으로 바라보는 그림은 나의 모성애를 자극시켰다. 설명서에는 '아이들 아빠는 어디 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화가는 그녀의 엄마로서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림 속의 그녀는 과연 어떤 결심을 하고 있을까? 가장 소중한 아이들을 보호하며 그녀는 두 발로 불끈 일어서서 역경을 극복할 것이다. 이 세상에는 엄마보다 강한 존재는 없다고 본다.
Detroit Institute of Art 의 작품을 소개하려면 몇 개의 이야기로 나누어야 할 것 같다. 이 많은 값진 예술품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디트로이트가 과거 전성기 때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는 이들 예술품들을 매입하고 잘 보존하는 DIA에 Michigander로서 자부심을 느끼지 않을 수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