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이동철새처럼 따뜻한 날씨를 찾아 여름에는 미시간, 겨울에는 플로리다에서 각가 6개월씩 지낸다. 그 와중에도 난 한국을 적어도 1년에 한 번 주로 여름에 방문한다. 그러니 나는 1년 내내 여름이다. 그러니 얼굴이 주근깨가 많고 한국인들처럼 얼굴이 티 없는 백옥과는 거리가 멀다. 우리 남편은 내 주근깨가 좋단다. 믿거나 말거나.... 미시간에서 플로리다까지 차로 꼬박 21시간 걸린다. 그러니 어딘가에서 꼭 하루나 이틀을 머물며 I-75(캐나다에서 플로리다 마이애미가지 연결되는 고속도로) 주변의 도시를 방문한다. 남편왈 나이가 들수록 미시간에서 플로리다까지 거리가 점점 멀게 느껴진다고 한다. 보통 남편이 운전하지만 나도 교대로 하루에 3시간 정도 운전한다. 2017년 내가 미국에 정착한 이래로 미시간에서 플로리다로 운전해 내려오고 다시 미시간으로 돌아가는 동안 우리는 Cincinnati(Ohio), Knoxville(Tennessee), Louisville(Kentucky), Atlanta(Georgia) 그리고 시어머니가 살아계실 동안은 Orlando를 매년 방문했다. 보통 하루종일 운전하고 내려오면 테네시주쯤 오면 저녁이나 밤이다. 그러면 호텔에 숙박하고 다음날 그 지역도시를 구경한다. 처음에는 호텔을 예약하고 갔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I-75 고속도로 주변에 충분한 호텔 체인이 있어서 굳이 예약하지 않고 발 닿는 대로 가까운 호텔을 간다.
우리는 '체레누가(Chattanooga) 도시를 너무 좋아해 2년 내내 계속 들려서 하루를 숙박했다. 플로리다는 한국과 달리 산이 없이 죽 평평한 지형이다. 근데 Tennessee(테네시주)에 있는 체레누가는 산(Lookout Mt.)과 강이 있는 한국과 지형이 비슷한 도시라 더 친근하다. 2021년 10월, 미시간에서 플로리다로 내려가는 동안 우리는 Rock City Garden이라는 곳을 방문했다. 이미 가을이라 날씨는 더없이 좋았다. 아침 일찍 주차장에 도착하니 사람이 별로 없어 한산하다. 티켓은 웹사이트에서 입장료 22달러 주고 샀는 데 시간이 나뉘어 있어 선택해야 했다. 우리는 아마도 오전 9시 표였던 것 같다. 입구를 지나 선물가게를 지나니 오솔길이 엄청난 바위틈새로 쭉 연결되어 있다. 계단도 있지만 그리 높지 않아 오르기 쉬웠다. 중간중간 아름다운 식물과 꽃이 관광객들을 반긴다. 아침의 신선한 공기와 숲의 향기로 말할 수없이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 가다 보니 needles eye라는 계곡이 나온다. 너무 비좁아 거기를 지나기 위해 옆으로 서서 지나가야 했다. 거의 30cm 정도 넓이이다. 들어갈수록 정말 너무 좁아 공포감마저 들었다. 이름 그대로 바늘 눈이다. 체구가 큰 사람은 못 지나갈 것 같다. 양쪽을 돌로 쌓은 오솔길(마치 만리장성 같은 모습이다)을 계속 걸으니 '버섯바위'가 보이고 아래로 계곡이 상당히 깊다. 마치 시노테에서 물밑 계곡을 연상시킬 만큼 깊은 계곡을 지날 때는 겁도 났다. underpass라는 곳은 마치 북한의 땅굴을 연상시키는 바위밑 통로이다. 큰 바위와 바위를 아치형 돌다리로 연결해 지나도록 했으며 간이 음료를 파는 곳을 지나니 swing a long bridge와 stone bridge로 나뉜다. swing a long bridge는 말 그대로 흔들 다리다. 흔들거리며 조심 걷는 동안 멀리로 도시가 아래로 보인다. 높이 올라왔다는 증거다. 이상한 점은 전혀 힘들지 않았다는 거다. 어디서든지 부드러운 배경 음악이 흘러나와서일까? 조금 걸어가니, 왼쪽으로 미국의 상징인 대머리 독수리형상이 세워져 있고 앞을 보니 억!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정말 멋있는 관망대바위가 펼쳐졌다. 그사이로 엄청 큰 폭포가 바위사이로 떨어지고 있었다. 정말 감탄이 절로 나왔다. 한국에서도 이산 저산 많이 가봤지만 이렇게 큰 전망대 바위는 처음이었다. 한참을 넋을 놓고 본 후 망원경이 있는 곳으로 나오니 화살표가 7개의 주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사인(See seven states)이 보인다. 테네시, 켄터키, 버지니아, 북캐롤라이나, 남 캐롤라이나, 조지아, 앨라배마주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다. 참으로 흥미로웠다. 바닥은 각주의 모양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주의 기발도 펄럭이고 있었다. 맞은편에는 스낵바가 있어 맥주나 간단한 음식을 앉아서 전망을 바라보며 먹을 수 있게 되어있다. 좀 더 가니 Fatman's squeeze라는 다시 좁은 계곡이 나온다. 이번에는 나도 못 지나갈 것 같다. 명칭도 정말 재밌다. 간신히 옆으로 게처럼 빠져나온 후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옆으로 물이 흐르고 파란색조명이 거기를 비추니 신비함마저 느끼게 한다. 계속 걸어가니 observation point라고 아까 큰 바위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인 작은 전망대로 나온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뾰족한 모자를 쓴 땅속요정(Gnomes) 모습 조각상(이 여기저기 보인다는 것이다.
사연인즉 이곳은 처음에 Garnet Carter와 그 아내 Frieda 가 유럽형 fairyland를 만들고 야생꽃들과 식믈들을 심고 독일 요정(gnomes) 형상들을 수입해왔다 한다. 처음 공식적으로 1932년에 문을 열었으나 홍보가 안되어 관광객을 못 끌자 페인터를 고용하여 북쪽으로 미시간, 서쪽으로 텍사스가지 무료로 농부들의 헛간 지붕을 빨간색으로 칠하게 하고 대가로 검고 하얀 rock city garden표지판을 세우게 해 알려지기 시작했다 한다.
다시 tour로 돌아와 계속 걸으니 balanced rock이 있고 엄청 큰 바위가 두 개의 돌로 받쳐지고 밑에 벤치가 있다. 마치 고인 두 개의 돌이 공룡의 짧은 다리같이 보인다.
계단을 오르고 내리며 곳곳에 작은 폭포와 신비한 조명이 비추는 코너를 도니 Fairyland Caverns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들어가는 길목에 파이프를 문 바위가 눈에 띈다. 돌로 쌓은 아치형의 입구를 지나니 내려가는 계단이 환하게 불이 밝혀져있고 요정이 그네에 매달려있고 황금을 담은 bowl이 놓여있다. 와, 동화의 세계로 들어가는구 나는 느낌이 왔다. 안데르센 동화의 주인공들이 벽마다 창을 통해 배경과 함께 볼 수 있고 음악도 재밌는 고전음악으로 바뀌었다. 헨젤과 그레텔, 잭과 콩나무, 신데렐라, Goldilocks and three bears, 백설공주등 우리가 아는 동화를 재밌게 만들어놓았다. 그야말로 환상의 세계다. 동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한참을 지나니 넓게 틔여진 곳이 나오고 Mother goose village라는 팻말이 보이다. 온갖 캐릭터들이 각각 다른 액티비티를 즐기고 있었다. 너무 재미있는 아이디어다. 우리 손자가 오면 좋아했을 텐데.... 좀 크면 데려와야겠다. Jack and Jill, Humpy dumpy, three little pigs 등이 storyland에 모여 사는 느낌이다. 출구 쪽에 Ferris Wheel(놀이공원의 관람차)모형에 요정들이 타고 있다. 깜깜한 동굴의 환상의 나라에 빠져있다가 나오니 눈이 부시다. 내 딸들이 어렸을 적에 용인 에버랜드 공원에서 '환상의 나라'에가서 미니 기차를 타고 각기 다른 테마동화 속 세계를 지나며 황홀해한 적이 있다. 그 당시로서는 상당히 획기적인 놀이공원이었음에 틀림없었다. 아이들 뿐 아니라 나 같은 어른도 환상의 세계를 즐겼던 기역이 난다. 선물가게에는 많은 요정모형과 작은 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즐거운 여행은 흔치 않은데 나올 때까지 정말로 아름다운 자연세계와 동화 속나라에 푹 빠져 있었다. 내 가족들을 꼭 데려오고 싶은 곳이다. 입장료에 팁이라도 붙여줄 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