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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 Sable 강에서의 카약!

catheryn 2024. 6. 2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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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9일 남편과  우리 집에서 북쪽으로 3시간 반정도 운전해서 Lewiston에 있는 시동생의 캐빈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플로리다에서 미시간으로 돌아온 이후 우리는 줄곧 바쁘게 지냈다.  집청소, 앞마당에 채소 심기, 뒷마당의 오디 따기, 꽃심기등..... 농사짓는 것도 아닌 데 이렇게 분주하니 큰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일 년 내내, 아니 특히 봄철에  바쁜 삶이 이해가 된다.  

 

우리는 캐빈( 숲속 작은 집)에 도착하기 전에 작년에 갔던 강에서 카약을 빌려하기로 했다.  날씨가 이미 여름날씨라 화씨 80도(섭씨 25도)를 넘어섰고 햇볕은 수영복을 입어도 괜찮을 것같이 뜨거웠다.  우리는 작년에 갔던 카약 대여점에서 각각의 카약을 빌리기로 했다.  작년에는 1시간 반 코스로 갔는 데 이번엔 3시간 반코스로 하기로 했다.  대여가격은 겨우 5달러 차이였다.  난 좀 무리다 싶었지만 강은 흘러가기 때문에 조류를 타고 내려가면 되니까 노를 그렇게 심하게 젓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동의했다.  난 남편에게 구명조끼를 입자고 말했지만 우리는 깜빡 잊은 채   출발하다가  가는 도중 구명조끼 생각이 나서 다시 가게로 돌아와서 몸에 맞는 구명조끼를 찾아 입었다.  그때만 해도 우리는 구명조끼를 안 입어도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와 카약을 실어서 나르는 남자는 계속 챙기지 않은 것에 미안해했다.  우리는 거의 30분 걸려 카약 내리는 장소에 다다랐다.  거리로 보아 상당히 오랜 시간 카약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좀 부담이 있었다.

 

드디어 우리는 before, after사진을 남기기 위해 카약을 내리기 전 사진을 찍었다.  드디어 출발!

카약을 띠우는 곳은 얕아서 수면밑에 자갈이 햇볕을 받아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는 것을 보았고  조류는 그리 빠르지 않았다.  나와 남편은 사진을 찍으며, 손주들에게 남길 영상도 찍으며 여유롭게 내려가고 있었다.  딱히 노를 저을 필요도 없다.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면 되니까......  강옆으로 아름다운 집을 감상하며 어느 디즈니 만화에서 나오는 대사처럼 바람소리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려가고 있었다.  평일이라 그런지 우리 외에는 아무도 카약을 하는 사람이 없었다.    중간 중간 강으로 넘어진 나무들이 걸림돌이었지만 오랫동안 카약을 한 우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한 20분정도 느긋하게 내려가던 나는 내 앞에 커다란 나무가 넘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지만 조류가 그리 빠르지 않으므로 빨리 방향을 틀지 않았다.  하지만 '아뿔싸' 미처 내가 피하기도 전에 물살이 나를 넘어진 나무에 박히게 했다. 순식간이었다.   나는 빠져나오려 애썼지만 카약무게 때문에 난 빠져나오지 못하고 거센 나뭇가지를 내 몸에 느끼며 버둥거리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난 구명조끼 아니었으면 몸여기저기가 긁혔을 뻔했다는 생각을 했다.  뒤에서 오던 남편이 도와주겠다고 접근을 시도했다.  그 순간 그도 심한 조류에 밀려 나에게 부딪치며 나를 더 거센 나무밑으로 밀어 넣어버렸다.  카약은 더 밀려 옆으로 밀쳐지고 난 나무를 붙잡고 어떻게 할지 몰랐다.  난 옆으로 밀린 카약을 놓치지 않으려 상체는 나무를 붙잡고 다리는 카약에 두고 비스듬히 매달려 있었다.  남편이 일단  자기 카약을 빼서 나를 구하겠다고 카약을 간신히 빼내었다.  하지만 나와   내 카약은  뒤집히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렇게 잔잔하고 평화로운 시간은 어디로 간 걸까? 

 

어떻게 해야 하나?  진실로 난감했다.  그렇게 오래 카약을 했어도 이런 경험을 해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조류가 없는 호수에서 했기 때문에 노를 젓느라 힘들었지만 말이다.  갑자기 강이 무섭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깊을까?  물은 찰까?  어떻게 멈추지?  온갖 생각이 뇌리를 스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패닉 상태까지 안가려고, 침착하려고 노력했다.  남편이 어디 있는지 나를 구할 수 있을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그냥 카약을 놔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물에 나 스스로 빠졌다.  난 수영을 평소에 했기 때문에 가라앉을 걱정은 안 했으나 문제는 2미터가량 되는 노를 들고 떠내려 가야 하기 때문에 구명조끼 없이는 뜨기가 불가능했다.  난 그렇게 노를 무기를 머리 위에 든 병사처럼 위로 들고 떠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얕게 보이던 강이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다는 사실에 잠깐 무서웠다.  남편은 내 카약을 붙잡으려 앞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걸 이미 깨달았기 때문에 난 선글라스와 모자를 안 잃으려고 애쓰며 떠내려갔다.  다행히 물은 차지 않고 오히려 시원했다.  모자와 선글라스는 다행히 끈이 있어 물에 둥둥 떴지만 벗겨지지는 않았다. 

 

그 와중에 남편이 한 말이 생각났다.  "안쪽보다 바깥쪽이 물살이 더 세고 깊다"  난 안쪽으로 흘러가려고 애썼다.  얼마쯤 흘렀을까?  난 떠내려가며 위로 지나가는 다리밑을 지나게 돠었는 데 거기는 물살도 빠르고 깊었다.  그리 넓지 않게 보이던 강이 갑자기 바다처럼 느껴지고 갑자기 어디서 멈춰야 하는 데 도무지 넘어진 나무그루가 안 보인다.  저 멀리 남편이 다행히 내 카약을 잡아서 강안 쪽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난 그곳에 잡을 것이 있는지 확인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난 강 바깥쪽에 쓰러진 나무가 삐죽이 나와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힘을 주어 방향을 틀며 갔다.  패들을 들고 왼손으로 나무를 잡고 매달렸다.  서려고 하는 순간 강밑자갈이 너무 미끄러워 다시 떠내려갈 뻔했다. 

 

강을 건너서 반대쪽으로 가야 하는 데 엄두가 안 난다.  난 떠내려 가지 않으려고 살살 한 발씩 걸음을 옮겼다.  어찌 된 일인지 남편은 넋이 나갔는지 서서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순간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위기 상황에서는 누구도 의지 하지 말자.'  자갈이 미끄러워 도대체 걷기가 쉽지 않았다.  간신히 강중앙쯤 도달했을 때 난 카약 패덜(노)를 남편에게 내밀었다.  남편은 그제야 노를 끌기 시작했다.  남편이 더 패닉상태에 있는 것 같았다.  만약 우리가 구명조끼를 입기 위해 다시 돌아가지 않았으면 난 노를 들고 물에 빠져서 허우적거렸을 것이다.  다시 물속에서 카약 위에 앉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칫 다시 뒤집히기 때문이다.  남편왈 항상 'butt first' 란다.  엉덩이부터 들이밀어 앉히고 다리를 카약 안으로 넣으라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얻은 교훈은,

1. 자신을 과신하지말고 반드시 안전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긴 옷, 워터슈즈, 구명조끼)

2. 어떤 위급상황에 부딫쳤을 때 침착하게 대처하자.

3.  다른 사람들과 같이 가라.

4. 카약종류중 위에 앉는 것( sit on top)과 안에 들어앉는 종류(sit inside)가 있는 데 sit on top 이 더 안전하다.  뒤집힐 경우 물이 카약 안에 고이지 않기 때문이다.

5.  아이들을 데려갈 경우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그들이 떠내려가기 시작하면 잡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정신을 차리고 우리는 다시 언제 그랬냐는 듯이 즐겁게 3시간 반 코스를 마쳤다.  before와 after사진이 다른 것이 있을까?  

옷이 젖은 것 외에는 다행히 잃은 것도 다친것도 없다. 지금도 궁금하다.  그때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나았을까??

좋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미리 대처하고 조심하며 자연의 힘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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