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in Michigan, 2023!(미시간의 겨울)
미시간의 겨울을 색깔로 표현하자면 'just grey'( 그야말로 회색)다. 처음으로 겨울을 미시간에서 지내는 나는 처음엔 미시간 사람들이 말하는 늘 'cold and wet'이란 표현을 이해하지 못했다. 늘 하늘은 구름이 끼어있고 시도 때도 없이 비가 부슬부슬 온다. 해는 8시쯤 떠서 5시 정도에 진다. 낮시간도 너무 짧다. 아니 노르웨이나 핀란드, 러시아에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이 환경을 해결하는지 모르겠다. Thank God! 아직까지는 기온이 영상이다. 그래서 아직까지는 우울하고 향수적인 분위기를 즐기고 있다.
크리스마스이브날 난 미처 보지못한 장을 보러 마켓에 갔다. 이미 주차장에 차를 세울 곳이 없어 난 가장 먼 쪽의 주차장에 차를 넣었다. 이미 마켓은 카트를 끌고 간신히 비켜갈 정도로 혼잡했다. 또한 물건들을 여기저기 쌓아놓아 더욱 혼잡을 부추겼다. 아! 정말 말로만 듣던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시즌 grocery shopping이다. 난 남편이랑 한 시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미리 계산대로 가서 줄을 서려니 어디가 끝인지 알 수없었다. 돌고 돌아 베이커리앞쪽에 간신히 줄을 섰다. 크리스마스는 베이커리의 홀리데이일까? 온갖 종류의 과자, 빵, 케이크들이 진열대를 꽉 채우고 손님을 기다린다. 와! 어쩜 이렇게 다양할까? 정말 먹기 아쉬울 정도로 아름답다. 나도 이번엔 초콜릿 케이크를 직접 만들었다. 결과는 성공! 달콤한 짙은 갈색의 케이크에 내년에 장식도 좀 올려봐야겠다.
이윽고 줄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벌써 40분기다렸다. 그러나 화를 내거나 짜증을 부리는 사람은 없다. 아마도 이것에 익숙한 탓일 거다. 플로리다에서는 미리 파티를 끝냈기 때문에 이런 법석은 피할 수 있었다. 보통보다 더 많은 물건을 사람들이 사서 시간이 더 오래 걸렸다. 우리는 가족도 없어서 별로 살게 많지 안았지만 난 그래도 기분을 내고 싶어 남들만큼은 안 사도 이것저것 카트에 담았다. 사람들이 제일 많이 모인 곳은 델리와 베이커리 구역이다. 내 앞의 여자왈 자기 친구는 아직도 델리 앞에서 두 시간 반째 기다리고 있어 그녀의 카트까지 돌봐야 된다며 한숨을 쉰다. 아무래도 시간이 안될 것 같아 헬스장에 있는 남편에게 좀 더 기다리라고 전화를 했다. "아이고 내 탓이요" 다. 크리스마스이브날 장 보러 온 내가 죄인이지 누구를 탓하랴!
남편과 나는 벽난로에 지필 장작을 사러 벌써 두번째 30분 달려 시골 농장 같은 곳을 갔다. 벽난로가 난방의 유일한 수단은 아니지만 우리는 난로 안에서 활활 타오르는 장작을 유리를 통해 바라보는 걸 즐긴다. 세로, 높이 각각 1미터 20센티미터, 가로 2미터 40센티 정도의 컨테이너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나무를 차가까이에 지게차로 옮겨 놓으면 나와 남편은 차에 싣는다. 물론 배달도 가능하지만 여분의 돈을 지불해야 하므로 난 외곽지역도 구경할 겸 따라갔다. 가는 동안 여전히 부슬부슬 비가 오고 짙은 회색이다. 일하는 젊은이는 이미 우리의 장작을 컨테이너에 차곡차곡 쌓아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는 장작을 차내로 옮기며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젊은이와 나누었다. 보통 한 cord의 가격은 보통 150달러에서 500달러 정도이고 나무의 건조성, 시즌 그리고 나무의 종류에 따라 가격이 다르고 인터넷으로 싼 곳을 찾아야 한다. 이미 다 쪼개서 쓰기 알맞게 되어 있으므로 그 돈이 아깝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에게 장작이 무슨 나무냐고 물으니 물푸레나무란다. 보통 집에 가져와서 비가 들이치지 않는 곳에 쌓아두고 말려서 쓴다. 초록색이 남아 있거나 물기가 있으면 즉시 못 쓴다. 비록 잘린 나무지만 난 그 향과 결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일하는 젊은이는 우리들이 장작을 차에 싣는 것을 도와주며 자기 얘기를 계속 한다. 그날 저녁 사슴사냥을 하러 갈 예정이라고.... 내가 올해 시즌에 몇 마리 잡았냐고 물으니 이번 시즌에 3마리 잡았단다. 사슴고기를 파는 것이 불법이라 고기 처리과정 공장에 가져가 햄버거나 스테이크를 만든 후 기부하거나 자선단체에 전달한단다. 참으로 이해가 안 된다. 그 추운 밤 웅크리고 앉아 사슴을 잡은 후 기부한다니.... 아마도 일정량 본인들이 가져가고 나머지는 기부하겠지만 사냥 그 자체를 즐기지 않고서야 도저히 할 수 없는 일이다. deer blind라고 불리는 상자갑 같은 좁은 장소에 몸을 숨기고 사슴이 오기를 기다려 방아쇠를 당긴다. 남편도 젊었을 적에 아버지와 형제들하고 매년 사슴사냥을 갔다고 한다. 작년에도 남편은 사냥하기 위해 북쪽으로 향했으나 소득이 없어 올해는 안 간단다. 이윽고 30분 만에 그의 도움으로 차에 다 실었다. 소박하고 따뜻한 젊은이의 배웅을 뒤로하고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집에 와서 나는 두 딸들한테 문자를 보냈다. 어느 사위가 올거냐고 장작 옮기는 것을 돕기 위해.... 늙은이 둘이 옮기려니 힘들다고 엄살을 피우며....
내가 미국에서 느끼는 점은 각자 자기의 처한 상황에서 작은 즐거움을 찾고 다른 사람들의 성공과 부에 신경 쓰지 않고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는 점이다. 치열한 경쟁에서 남을 제치고 선두를 지키려 애쓰게 살아가는 한국인들의 젊은이들..... 난 과연 나의 손주들에게 어떤 삶이 가치 있는 삶인지 설명해 주기 위해 고민 좀 해보아야겠다. 왜냐하면 나의 가치관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